독서, 생각을 위한 마중물: 유튜브로는 채울 수 없는 공간

동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같은 유튜버의 콘텐츠를 본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경험은 없었다.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그 유튜버가 유명해진 걸까? 이젠 모두들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일까?

필요한 정보는 온라인에서 다 찾는다. 특히 유튜브가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웹 검색을 대체한다. 신뢰할 수 있는 유튜버를 찾고 인터넷 강의처럼 사용한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 같다.

나는 이 경험에서 두 가지가 불편했다. 하나는 내가 갖은 정보의 희소성이 사라진 느낌이다. 다른 하나는 나도 그들도 정보만 있고 그것에 대한 의견이 없는 것이다. 더 이상 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 삶의 모습에서 AI의 단점이 보이는 것 같다. 현시점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은 AI에게 대체 될 두려움이다. 전문가가 이야기 하는 AI의 단점은 기존의 데이타를 학습하면서 뻔한 자료, 어디서 본 듯한 것만 생성한다. AI는 인간과 같은 창의성은 없다.

어떻게 하면 AI와 경쟁하지 않고 희소성 있는 생각을 만들 수 있을까? 성인 뿐만 아니라 우리 보다 오래 AI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보 희소성

요즘은 다들 유튜브를 검색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정보를 더 많이 검색한다. 더불어 독서량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 모두들 sns를 통해서 생각이 시작된다. 출처가 책인 경우는 드물다.

다른 재료를 사용한다면 같은 요리를 해도 다른 맛이 난다. 심지어 같은 식재료라고 하더라도 다른 장소에서 구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 내가 기대하던 것과 다른 맛이 난다. 독서는 영상과 다른 식재료 다. 같은 정보를 주더라도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독서는 영상과 뭐가 다른 걸까?

영상은 완성된 요리, 책은 식재료

완성된 요리에 내 스타일의 맛을 내기는 쉽지 않다. 식재료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다. (물론 요리는 어렵다.)

영화를 먼저 본 사람

나는 해리 포터 1편을 영화로 먼저 봤다. 재미있었다. 당시 영화에 대한 평가는 ‘원작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였다.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걸까? 그 시절 책을 전혀 안 읽었지만 원작에 재미가 너무 궁금해 책을 읽어 봤다.

뭐가 다른 걸까? 책은 먼저 본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느낀 것일까? 내가 보기에 빠진 내용도 없었다. 충실하게 영화화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못 본 걸까?

이후 비슷한 경험을 몇 번 더 했다.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도 재미있게 봤다. 이번에도 원작 소설을 찾아 읽었다. 해리포터를 읽을 때와 같다. 책도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나만 모르고 있는 건 뭘까?

소설을 먼저 본 사람

최근 <화씨 451 Fahrenheit 451> 를 읽었다. 책이 금지된 디스토피아를 이야기 한다. 오랫만에 소설을 읽으니 묘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사실을 설명하는 것인지 감정을 비유하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해리포터를 처음 봤을 때 보다는 지금은 독서력이 많이 늘었다.

어렸을 때 봤던 책에서는 묘사의 재미를 몰랐다. 당시엔 책을 너무 안 읽어 그 소설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몰랐다. 상상하는 재미를 몰랐다. 다행히 지금은 작가의 시선에 동기화되어 그가 보고 있는 것을 나도 함께 바라보고 있다. 작품 속 인물의 절규도 느껴졌다. 그 생생함이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니 영화 <이퀄리브리엄 Equilibrium>이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화씨 451 등 몇몇 영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화씨 451의 흔적이 영화에 나온 곳이 있을까? 궁금했다.

영화에선 책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해리포터 같이 영화화한 것이 아니니 당연한 결과다. 책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 작품의 시대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비교해서 볼만했다. 주인공의 갈등 역시 책에 묘사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책에서 봤던 섬세한 묘사가 영화로 표현하긴 힘들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그 감정을 부활시키긴 어렵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영화화에 실패했다는 말을 하는구나”

이미 초콜릿을 먹어버렸다

초콜릿을 입에 한가득 넣었으니 입을 헹구기 전까진 다른 것을 맛봐도 초콜릿 맛이 계속 느껴진다. 같은 내용을 영상으로 먼저 봤다면 나는 이미 틀에 갇히기 쉽다.

글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진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SCV가 지도를 밝혀 내듯 하나씩 작가가 깔아 놓은 과자를 따라가게 된다. 흰 화면 (혹은 검은 화면)에서 하나씩 드러난다. 독자는 그 사실에 깜짝 놀라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쯤 되면 독자는 작가의 도움을 받아 멋진 세상을 그려 놓게 된다.

그런데 영상은 창작자가 원하는 세상을 그려서 보여준다. 그 세계를 보고 있으면 상상의 여지는 적다. 이미 창작자가 보여준 세상을 기준으로 상상하게 된다. 초콜릿 맛 딸기, 초콜릿 맛 사과, 초콜릿 맛 소고기, 초콜릿 맛 양파가 되는 것이다.

이미 완성된 요리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후추를 더 뿌려 볼까?

비행기와 인력거 – 점유율

영상은 비행기와 같다. 이미 올라타면 순식간에 대륙을 넘어 다른 나라 하늘을 날고 있다. 영상을 재생하는 순간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내겐 조정대가 없다. 잠깐 멈추려고 해도 다음 장면이 도미노 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쓸어지지 않은 블록을 쫓아가긴 어렵다.

독서는 인력거와 같다. 내가 직접 끌어야 한다. 내가 끌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어떤 재미도 없다. 누가 떠 먹여주지 않는다. 열심히 끌다 보면 근육도 만들어준다.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멈추면 인력거는 움직이지 않는다. 생각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면 모든 장면이 멈춘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있게 된다.

영상을 보거나 독서를 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재미있는 생각도 들고, 기발한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영상은 멈추기 어렵다. 내게 조정대가 없는 것처럼, 다음 도미노를 쫓아가기 어려운 것처럼 영상을 멈추고 내 생각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독서는 생각이 떠오르면 멈춰 선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또 읽는다.

독서는 문장, 문단, 챕터 사이사이에 내 생각을 끼어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내 생각들을 끼워 넣다 보면 책은 생각을 하기 위한 마중물에 불가하게 느껴진다.

영상은 낄 틈이 없다. “기장님 제가 지금 창밖에 아주 멋진 경관을 봤는데 잠시만 멈춰주시겠어요?”라고 생각을 하면 또 다른 멋진 경관이 나타나 잊게 된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 스쳐 지나간 멋진 경관을 단 몇 줄로 요약하게 된다.

어떤 것이 더 신선한 생각이 될까? 어떤 것이 내 생각과 의견이 많이 들어갔을까?

익숙한 낯선 음식

영상도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며 생각하기를 이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시간 파도를 멈추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계속 그 파도를 타고 싶은 욕망이 들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제공받은 식재료와 내 생각을 소스로 사용해서 낯선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머릿속에 그림을 남에게 맞기지 말고 내가 그리자. 내 경험과 책의 단어와 문장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내 아이와 같은 책을 읽으며 각자 상상한 이미지를 나눠본다면 어떨까? 같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사실에 사람에 대한 이해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들의 추억도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 보다 우리 아이들이 남들과 다른 뷰를 갖게 될 것이다. 책에 마침표와 쉼표에 맞춰 인풋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


(The following content is a translation of the original Korean text into English.)

As I listen to my colleagues’ stories, it seems like we’ve all watched content from the same YouTuber. Just a few years ago, this experience was unheard of. Could it be that people are starting to take an interest in topics I like? Or has that YouTuber become famous? Is everyone now just searching for information on YouTube?

All the necessary information is found online. Especially with the increasing number of users on YouTube, it’s replacing web searches. People find trustworthy YouTubers and use them like online lectures. It seems like others share my thoughts.

Two things bothered me about this experience. One is the feeling that the scarcity of the information I possess has vanished. The other is that neither I nor they have opinions, just information. I didn’t feel as special anymore.

It seems like we’re seeing the downside of AI in our lives. Currently, what we fear the most is being replaced by AI. Experts say that AI, while learning from existing data, only generates obvious or familiar material. AI lacks human-like creativity.

How can we create unique thoughts without competing with AI? How can we teach children, who will live with AI longer than us adults, to have sparse thoughts? What methods are there to encourage them to have their own thoughts, even if they’re different from others?

Information Scarcity

These days, everyone searches on YouTube. The younger they are, the more they search on YouTube, Instagram, and TikTok. Additionally, reading rates are declining each year. Thoughts for everyone start through social media, with books as the source being rare.

Using different ingredients makes even the same dish taste different. Even with the same ingredients, cooking in different places yields different tastes. Reading is different from watching videos. Even with the same information, reading can offer a different flavor. How is reading different from watching videos?

Video is the finished dish. Books are the ingredients.

It’s not easy to add my own taste to a finished dish. With ingredients, I can create the taste I want. (Of course, cooking is difficult.)

First Watching the Movie

I watched the first Harry Potter movie. It was enjoyable. At that time, the criticism of the movie was that it didn’t sufficiently capture the original work. How interesting is the book? Even though I hadn’t read the books at that time, I was so curious about how enjoyable they might be.

What’s different? What did those who read the books first feel? There wasn’t any part I missed, I thought. I felt they adapted it faithfully into a movie. What did I miss?

I had similar experiences several times afterward. I also found the animation Coraline enjoyable. This time, too, I searched for and read the original novel. It was as enjoyable as both the book and the movie, but I couldn’t feel the difference. What was still eluding me?

Reading the Novel First

I recently read Fahrenheit 451. The book tells of a dystopia where books are banned. It was difficult to understand some descriptions after a long time reading novels. It was hard to distinguish whether it was explaining facts or using metaphorical emotions. Still, my reading comprehension has improved significantly since I first watched Harry Potter.

I didn’t appreciate the nuances of descriptions in the books I read as a child. At that time, I didn’t read books much, so I didn’t know how to enjoy novels. I didn’t know the joy of imagination.

Fortunately, now I synchronize with the author’s perspective and see what he sees. I also felt the characters’ cries vividly. I felt their vividness.

While reading, I thought of the movie Equilibrium. Since it was said to have been produced based on Fahrenheit 451 and some other movies, I could read more attentively. Is there a trace of Fahrenheit 451 in the movie? I was curious.

I couldn’t find any traces of the book in the movie. It wasn’t a movie adaptation like Harry Potter, so it was a natural result. As a movie inspired by the book, it was worth comparing the era of the work and the emotions felt by the protagonist. The protagonist’s conflicts were much more interestingly described in the book. It seemed difficult to express the delicate descriptions seen in the book through the movie. While reading the book, I felt it would be difficult to revive the images and emotions I had imagined. “Ah, so that’s why people say movies fail to adapt,” I thought.

Already Ate the Chocolate

Since I filled my mouth with chocolate, even before rinsing, I continue to taste chocolate when I try something else. If I had watched the same content in a video first, I would already be confined to a frame.

When reading, the images naturally appear. Similar to uncovering a map, the author reveals each piece of the puzzle, one by one. They gradually emerge from the blank screen (or the black screen). Readers are surprised by this fact, and the story becomes even more interesting. By this point, the reader is drawing a beautiful world with the author’s help.

However, videos show the world the creator wants to show. While watching that world, there’s little room for imagination. You begin to imagine based on the world the creator has shown. It becomes chocolate-flavored strawberries, chocolate-flavored apples, chocolate-flavored beef, and chocolate-flavored onions.

What more can you add to a finished dish? Should I sprinkle some more pepper on it?

Airplane and Rickshaw – Market Share

Video is like an airplane. Once you’re on board, you’re flying over continents and crossing the skies of other countries in no time. When playing a video, time flies by in an instant. I have no control.

Even if I try to pause for a moment, the next scene is waiting like a line of dominoes. It’s difficult to chase after unturned blocks.

Reading is like a rickshaw. I have to pull it myself. If I don’t pull, I won’t know anything. There’s no fun. No one is feeding it to me. If I pull hard, I’ll even build muscles. The biggest advantage is that if I stop, the rickshaw doesn’t move. If I stop to think, all scenes stop. I freeze without taking a single step.

Watching videos or reading leads to various thoughts. Interesting thoughts arise, and clever ideas come to mind. It’s difficult to stop a video. Like I don’t have a remote control, like it’s difficult to chase after the next domino, it’s difficult to pause a video and continue my thoughts. Reading stops when thoughts come to mind. I roll my eyes around and think. And then I read again.

In reading, I can insert my thoughts between sentences, paragraphs, and chapters. By inserting my thoughts like this, the book feels indispensable for thinking.

Videos leave no room. “Excuse me, sir. I just saw a very beautiful landscape outside the window. Could you please stop for a moment?” If you think like that, another beautiful landscape appears and is forgotten. And upon arriving at the airport, the breathtaking landscape that passed by is summarized in just a few lines.

Which one will become fresher thinking? Which one will contain more of my thoughts and opinions?

Familiar Strange Food

Even with videos, you can pause and continue thinking by pressing the pause button. But stopping the waves of time is harder than you think. It’s because the desire to keep riding that wave persists.

Using the ingredients provided through books and my thoughts as a sauce, I can create unfamiliar dishes. Let me draw pictures in my mind, not fit them to others. My experiences and the words and sentences of the book will create new images.

What if my child and I read the same book and shared the images we imagined? Sharing the same experience while having different thoughts will increase understanding of others. And it will leave memories of dads and kids. And, most importantly, our children will have views different from others. Let’s take some time to stop at the inputs according to the periods and commas in the book and have time to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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