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도파민 폭발 시킬 수 있을까?

틱톡, 쇼츠나 릴스 같은 짧은 컨텐츠들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도 모르게 더욱더 도파민에 중독되고 있다. 마라탕 같은 강력한 맛 때문에 콩국수와 평양 냉면의 심심한 맛을 즐길 수 없게 된 것이다. 휴대폰 게임이 재미있지 더 이상 가위바위보 재미는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평양 냉면, 가위바위보 보다 더 심심한 독서로 과연 도파민을 폭발 시킬 수 있을까?

축 구독자 500만 돌파

어제 씰룩 500만 구독 기념 회식을 했다. 감독님의 한 말씀 이후 팀별로 치킨, 떡볶이, 맥주를 들고 흩어졌다.
우리 팀은 모여서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저마다 키우고 있는 동물들의 특징들을 이야기했다. 이런 점은 귀엽고, 저런 점은 안쓰럽고,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들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 보다 더 강렬하다.

재미없다

맞다. 나는 너무나도 재미없었다. 나도 유년시절 개를 2번 키워봤다. 두 마리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대부분은 알고 있고 경험해봤다.
지금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과 애로사항은 전혀 새롭거나 추억을 불러일으키거나 강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아이를 키우는 희노애락엔 비교되지 않았다.
참 사회성 떨어지고 융통성 없는 모습이다. 그런 자리에서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도 경험한 이야기를 꺼내고, 잘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면 리액션하면서 사회생활 할 수 있다.

독서모임 <책갈피>

회사에서 2주에 한 번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점심식사 후 1시간 동안 한다. (우리 회사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아 2시간이다!) 깊은 이야기로 들어가기엔 1시간은 늘 부족했다. 하루 날 잡고 저녁에 시간 걱정 없이 대화를 나눴보기로 했다.
저녁 모임은 도파민 폭발이었다. 내가 고민하는 주제의 소재들을 모두 꺼내어 놓고 퍼즐 맞추기를 한다. 부족한 퍼즐다른 사람 머리에서 꺼내어 내려놓는다. 다시 이리저리 조립해 본다. 완성되진 않았지만 얼추 어떤 그림인지 알 것 같다. 재밌다. 3시간이 흘렀다. 마라탕 이다!
그러니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은 너무 진부했다. 모든 사소한 이야기가 진부한 것은 아니지만 어제는 그랬다.

이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회식 때, 나는 우리 책갈피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지난번 못 끝낸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새로운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회식의 목적제작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이니 그런 주제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구성으로 모여 이야기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적 모임이 회사 일을 방해하는 모습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더 깊이 파고 싶다. 생각이 확장되는 걸 느끼고 싶다. 다른 사람과 스케일-업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가 발견한 생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다른 사람이 발견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아마 옛날 사람들이 부싯돌을 발견했을 때 분명 나와 같은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부싯돌이 부딪히며 불똥이 튀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불이 붙는 모습에 감탄을 했을 것이다.
다시 우리 사람들과 모여서 부싯돌을 맞대어 보고 싶다. 불을 피워보고 싶다. 다시 한번 더 도파민 폭발을 맛보고 싶다.

Leave a Comment